성인식 이상권, 이상권 | 자음과모음 | 2010093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제목만으로 끌려 읽게된 이상권 소설의 [성인식].. 총 5편의 단편이 모아져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모두 성장소설을 의미하는 듯 싶다.. 거기에는 청소년기의 주인공들이 겪는 삶의 고민과 애환, 그리고 그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과정 등이 나타나 있어서 요즘의 현실를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 한창 대두되고 있었던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 조류독감, 미국 쇠고기 수입허가로 인한 광우병 파동 등이 그 단편들의 주제로 표현되고 있다..
제목의 "성인식"은 주인공인 이시우가 과학고등학교를 다니다 갑자기 맹장수술을 받은데다 어버이날도 가까워지고 있어서 고향집으로 어머님을 뵈러 왔는데, 혼자 계시던 어머님을 그런 아들이 못내 안쓰럽고 애처로워서 집에서 가족이나 다름없이 기르던 개를 잡아 아들에게 약으로 해 주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갈등이 발휘되고 있다.. 그 어떤 것도 아닌, 자신의 집에서 한 가족처럼 기르던 개를 직접 잡아 자신의 약으로 써야 한다는 어머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처럼 쉽게 그 현실을 받아 드릴수가 없는 시우.. 그런 시우가 겪게 되는 갈등이 고조로 달하면서 이야기를 절정을 향해 달리고, 끝내는 자신으로 손으로 직접 개를 잡게 되는 시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한 생명을 죽이면서 또다른 생명에 대한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는 이른바 진정한 성인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 나타내 주고 있다..
그리고, "문자 메세지 발신인"이라는 단편은 슬기라는 여학생이 겪는 이른바 왕따에 관한 이야기로써, 함께 어울리던 여섯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에게 문자도 전화도 하지 말며, 학교에서 아는체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건 정말 너무너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자신에게 그런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슬기로써는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며,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그 옛날 자신도 그들과 함께 친구 정미를 왕따 시켰던 기억을 되새기게 하며, 비로써 왕따를 당했던 정미의 마음도, 정미 엄마의 아픔도 더 절실하게 이해하고 깨닫게 되며, 자신의 슬픈 현실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되는 이야기로 나 자신에게만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왕따라는 현실이 언제, 어느순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세번째 작품 "암탉"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예분이를 위해서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와 오리와 암탉을 기르며 생활하는 이 가족에게 오리와 암탉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동네 사람으로 인해 닥치는 위기를 이야기 해주는 것으로 동네 집에서 키우던 한 마리의 사냥개가 예분이네 오리와 닭들을 급습하여 다 죽이게 되는데, 그 중 한 마리인 구름이가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죽기 살기로 자신의 알을 품는 모습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싶으며, 예분이네 가족에게 있어 오리와 닭은 그져 가축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에 아주 밀접한 가족구성원의 하나 하나로써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었던 것이다..그러므로 주인공 예분이는 피투성이가 된 구름이를 통해서 생명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자신의 존재에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된다..
네번째 작품 "욕짱 할머니와 얼짱 손녀" 동네에 퍼진 조류독감으로 인해서 할머니가 고이고이 키우는 때까우((거위)를 살처분하려는 공공기관의 직원과 동네이장, 또 그 사람들과 맞서서 절대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냥 그대로 죽일 수 없다고 맞서는 필분이의 할머니를 매개체로 이야기가 구성되고 있는데,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필분이는 그런 할머니도, 공공기관의 직원들도 동네이장도 모두모두 싫으며, 짜증만 날 뿐이다.. 필분이 할머니에게 때까우(거위)는 그냥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할머니의 생명이고 희망이며, 한 식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구를 누군가가 죽으려 한다면 우린 어찌해야 할까??!! 필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 역시 그러면서 필분이는 어른으로써 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작품으로 "먼나라 이야기" 여기서는 몇년전에 우리나를 떠들썩 하게 했던 미국소 전면개방과 함께 광우병 파동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소를 키우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오연이네 가족이 겪는 갈등을 이야기 해 주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써 유일하게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이 소를 키우는 일이라 생각하고 생업으로 하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도와서 열심히 일을 하는 어머니, 그 어머니 역시 선천적으로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시다.. 이런 가정에서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오연이.. 하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기르던 소를 모두 팔아야 하는 현실에서, 너무 비관해 자신의 부모님들이 자살을 하시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오연이..오연이네 가족에게 소는 단순한 소만이 아니라, 여기서도 한 가족과 다름이 없다.. 그러니, 그런 소를 팔아야 한다는 현실에게 겪는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과히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이 작품들 속에서 키우는 가축은 오로지 가축으로서만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주인공들과 늘 함께 하는 가족구성원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어, 그들의 생명이 살처분되거나 하는 것은 오로지 간단하게 받아 들일 수 있는 현실이 아닌, 주인공들과 그 가족들 자신들이 뼈를 깎고 살을 뜯어내는 아픈 일임을 시사해 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생명의 소중함과 주인공 청소년들이 좀 더 어른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을 구상해 주고 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