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양장) 요시모토 바나나(Yoshimoto Banana), 김난주 | 민음사 | 20070406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아주 얇고 작은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식탁에 쌓여 있는 책들중에서 가장 먼저 내 손안에 들어왔다. 물론, 언젠가 우연히 여기저기 북피니언을 돌아다니다 보게 된 [아르헨티나 할머니]. 제목도 특이하고 여러 북피니언님들의 리뷰가 꼭 한번 읽어 보고 싶게끔 만들어 주었는데, 드뎌 오늘 읽게 되었다.
그리고는 100페이지도 안되는 이 작은 [아르헨티나 할머니]에서 뭔가 가슴이 따뜻해 지고 환해지는 감동을 얻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를 만나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 아주 예쁘고 아름다움이 풍기는 사진 한장의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인상만큼이나 깔끔하고 간결한 글솜씨, 거기다 우리 곁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아주 친근한 이야기 소재가 더욱 금방 책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1987년 데뷔한 이래 굵직한 문학상을 여럿 수상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했다는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와 함께 일본 독서 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작가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난 이제서야 그녀를 알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에서는 함께하는 그림이 있어 더욱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잠시 그 그림들을 쳐다 보고 있노라면, 이건 꼭 어른들이 보는 소설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보는 그림 동화책 같은 느낌을 나에게 풍긴다. 열여뎗 살 때 주인공 미쓰코는 혼자서 엄마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미쓰코가 소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태로 내용은 구성되어 있으며, 비석과 정원석을 조각하는 천생 장인인 아빠는 미쓰코 기억속에서 늘 일터에 있는 모습으로,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했을때 아무리 일이 바빠도 엄마가 좋아하는 케이크 가게의 케이크나 과일을 사 들고 아침저녁으로 병원을 드나들던 아빠가 엄마가 죽던 날 아침에는 늦잠을 자느라 엄마의 임종을 하지 않은 모습에서 한동안 미쓰코는 아빠를 원망한다.
그리고, 동네 어귀에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이 있었고, 거기에는 오래전부터 요란스러운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유명했던 아르헨티나 탱고와 스페인어를 가르친 아줌마 한분이 살았다. 그래서 그 건물은 미쓰코가 어렸을 때부터 아르헨티나 빌딩이라 불렀고, 그 곳에 사는 아줌마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라 했다. 그녀는 마귀할멈 같은 매부리코에 눈은 위로 쭉 째지고, 뼈가 유난히 울룩불룩한 몸에늘 너덜너덜한 옷을 걸치고 있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아주 소문이 무성한 분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죽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날 부터 미쓰코의 아빠가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건물에 드나든다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가 죽은지 반년쯤 지난 한 겨울에 미쓰코 아버지는 일을 그만두고 한마디 말도 없이 석재상 문을 닫아 버렸다.
그 후 아버지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댁에서 살았으며, 미쓰코는 그런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잡초가 무성하고 아주 폐허같은 분위기의 아르헨티나 건물과, 아주 냄새나고 얼룩투성이 옷으로 미쓰코를 맞이하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보고 놀란다..그러나,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겉모습과는 아주 다른 따뜻한 성품을 가진 유리라는 이름에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아줌마이다.. 차츰 아르헨티나 건물에 들다 들면서 미쓰코는 유리 아줌마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점점 서로가 좋아지는 관계가 된다.. 여기서 난 언뜻 우리들이 쉽게 다른사람을 볼때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고, 남들이 이야기 하는 것만 믿고 편견을 가지는 그런 올바르지 못한 행동과 사고를 되집어 보는 계기가 된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유리를 통해 열여덟살 미쓰코가 엄마의 죽음 앞에서 느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 이가 덜덜 떨리는 공포, 혼자 남게 되었다고 느끼는 외로움과 고통 등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되며, 가족의 소중함, 참 사랑 등을 깨닫는 것 처럼, 책을 읽는 나 역시 뭔지 모를 감동과 함께 작은 행복과 기쁨에 젖어들고,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품게 된다. 그리고 요시모토 바나나 라는 작가의 책을 다시한번 만나고 싶어진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