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작가 미셀 투르니에가 좀 더 다른 방법으로 다시 뒤집어 쓴 소설이 바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 한다. 주인공로빈슨은 버지니아호라는 배가 아무도 없는 무인도 같은 섬에 난파되어 조난당하게 되는 상화민데, 제목은 그와 대조적인 섬의 이방인 같은 아라우칸족이라는 인디언인 방드르디이다. 그건 어쩜 작가가 방드르디를 통해 로빈슨의 삶과 사고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설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살아남게 되어 아무도 없는 그 섬을 희망을 뜻하는 스페란차라 부르는 로빈슨. 그것은 어쩜 금방 누군가에게, 아님 다른 어떤 배에 의해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싶다. 하지만, 쉽게 그렇지 못 하고, 희망도 서서히 사라지는 순간에서 로빈슨은 그 섬을 탐험하면서 새롭게 적응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하게 된다. 또 그렇게 적응해서 살아간 시간이 28년 2개월 19일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 그리고 그 고립된 상황에서 차츰 적응해 가는모습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어느 순간 우연한 기회에 방드르니를 만나게 되면서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들에도 적응하고, 폭발로 인한 동굴의 붕괴로 처음 서에 난파되었던 시점처럼 아무것도 가진베 없는 삶이 되지만 그 상황으로 새로운 변화의 전화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우리들은 이렇게 어느 순간 로빈슨 같은 상황이 내게 주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견딜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데, 타인도 없이, 또 타인이 있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고독을 느끼게 되고,그 고독을 잘 견디는 모습에서 우리는 내게 주어진 고립과 고독을 어떻게 받아드리게 되는 걸까? 나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게 된다.
책의 구성이 총 12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 하나하나 단락 들이 많은 페이디를 차지하지 않아, 조금씩 끈어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 11장과 12장에 걸쳐 결말을 보여주는 것에서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그건 어쩜 로빈슨 크루소와는 사뭇 다른 결말로 인해 방디르디, 태평양의 끝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의 내용에서 아주 많은 성경구절들과 그것이 뜻하는 어떤 상징들, 또 소설속에 어렵다고 생각되는 철학을 절묘하게 비벼놓은 것은 과히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이 고전처럼 작품해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책은 처음이다 싶다. 즉 작품 해설을 통해서 어렵다고만 여겼던 철학부분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듯 해서 신기하고 감사하다. 거기다 우리가 왜 사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며, 세상은 절대로 혼자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해 주는 책이 바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다 싶다.
2023. 6. 3.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