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거미여인의 키스는 온라인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을 책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감옥에 갇힌 정치범 발렌틴과 동성애자인 몰리나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몰리나가 들려주는 여섯편의 영화이야기를 가지고 서로 토른을 하는 형식인데, 누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가기에는 사뭇 헤갈린다. 또한 어떤말이 발렌틴의 말인지, 몰리나의 말일지 깨우치기가 어려우며, 둘다 대화에서의 느낌은 여자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 주석도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등으로 너무 길게 달려 있어 그것을 읽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한 마디로 그 어떤 고전보다도 작품해설이 없었다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치범인 발렌틴. 그는 지금 현실 세계 보다는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스스로 마르크스 주의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 시대상이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책의 내용을, 발렌틴의 대화를 깊이 이해할 수 없을 듯 싶고, 몰리나는 지금 당장의 현실만 생각하는 동성애자 이므로,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없을 듯 하다. 다만 둘이 감옥에서 서로 친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닮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또 이 둘의 관계가 어떤 의미인지도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기도 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주기도 한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책보다는 영화나 연극으로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듯 싶고, 꼭 책으로 읽어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읽으며 토른을 하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될 듯 싶으며, 책보다 먼저 영상 매체로 접한 이후 책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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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2 [리뷰] 거미여인의 키스ㅡ마누엘 푸익 1
2021. 5. 22.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