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 이야기 벤 마이켈슨(Ben Mikaelsen), 홍한별 | 양철북 | 2008012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피티 이야기]라는 책을 구입했다. [피티 이야기]라는 책 제목에서 부터 나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졌다. 물론 책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는 부분을 흘깃 엿보고 책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피티(petey)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가 없어서 난 아주 궁금해 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알게 되었다. 그건 그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주인공에 이름이라는 것을...
양철북 출판사의 카르페디엠 9에 해당하는 [피티 이야기]. 읽으면 읽을수록 책의 내용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고, 그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가 궁금하고, 실제로 우리 옆에, 아니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져서 좀처럼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순간에 책을 다 읽어 버렸고,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나도 모를 기쁨과 행복감으로 가슴이 평온해 지며 괜시리 내 자신이 흐뭇해 졌다.
1922년 봄, 몬태나 주 보즈먼에서 기차가 교차로 쪽으로 달려가며 급박하게 기적을 울려 댈 때, 빛바랜 검정색 포드 모델 T가 털털거리는 흙받이에서 진흙을 튕기며 엄청난 속력으로 튀어 오르듯 교차로로 달려들어 단 몇초 전에 아슬아슬하게 기찻길을 건너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라는 두 해전 아기 피티를 출산했다. 그런데, 의사의 이야기는 피티가 정상인이 아니라는것이었다. 조그만 아기 몸이 이상하게 뒤틀렸고 몸뚱이 위 표정 없는 얼굴은 마치 만화에 나오는 인물 같았으며, 조그만 갈색 눈동자는 얼어붙은 듯 공허하고 입술은 잔뜩 긴장된 듯 비뚜름하게 꽉 물려 있는 아주 심한 정신박약 백치로 아주 기본이 되는 감각 지각 능력조차 없어 재활치료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세라는 열달 동안 배 아파서 낳은 자신의 아들 피티에 대해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자기 아이에 관한 일이라면 신이 내린 말씀이라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여러 병원 등을 돌아다녀 보고, 피티를 밤마다 지키면서 돌봐주는 동안 세라의 가정은 더 이상 약을 사고 의사를 찾아갈 돈도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고, 집에는 돈 되는 것은 전부 팔아 버린 상태가 되었다. 또한, 아직 어린 여덟 살 빌리와 열 살 캐시는 엄마, 아빠가 피티만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세리와 남편 로이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것은 피시를 몬티나 주 웜스프링스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 후 피시는 웜스프링스 정신병원에서 힘든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그 누구에 도움이 없이는 혼자서 그 무엇도 할 수 없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다만 처음에 내려진 백치라는 병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은근히 내비쳐 준다. 1927년 초 가을 멕시코 인 젊은이로 이주노동자이면서, 웜스프링스 정신병원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17살의 에스테반 가르시아.. 에스테반은 피티가 올바른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사람으로 백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피티에게 아주 친절한 사람으로 대해 준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사람, 즉 웜스프링스 정신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피티를 그렇게 받아 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에스테반이 떠나고 3년이 지난 어느 나른한 봄날, 아홉 해 동안 단 한번도 유아병동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피티는 11살이라는 나이에 드디어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산들바람, 갓 벤 풀, 맛있는 냄새가 나는 라일락, 인동꽃 냄새 등을 맡으며 남자병동 18호실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피티는 기나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캘빈을 만나게 되고, 밤에는 먹을 것을 찾아 피티의 침대를 찾아드는 생쥐들과 친구를 하게 된다.
[피티이야기]를 읽다 보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가 얼마나 인생을,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을 아름답게 받아 드리며, 평온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으며, 단 한사람이 따뜻하게 내미는 손길이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되어서 피티를 행복하고 기쁘게 만드는 지 느낄 수 있다. 다만 진심으로 다가가 친절하게 내미는 그 손길이 오래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할 때 피티 처럼 외롭고 아픈 사람들에게 간혹 절망이 되고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피티 역시 책에서 스스로 이런 맹세를 한다.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리라, 이제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래서 언젠가 장애인 기관을 방문한 적에 담당자가 그들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해주지 말라고 하셨던 말씀이 문뜩 떠올랐다. 잠시 왔다 가는 사람들이 베푸는 사랑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외로움과 고통이 되는지 그때는 몰랐다. 다시 한번 [피티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주 많은 반성과 함께 가슴속이 먹먹해지면서 절절하게 와 닿는 뭔가를 느낀다.
[피티 이야기]속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진심으로 사랑을 베푸는 멋진 사람들이 나온다. 피티와 캘빈에게 크리스마스를 처음으로 느끼게 해 준 조, 딸 리사와 함께 진심으로 피티를 사랑하며 도와준 예쁜 간호사 캐시, 예순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자원봉사자로 와서 피티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 오언,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트레버, 보즈먼 요양소의 친절한 간호사 시시 등이 있다.
1990년 봄 몬태나 보즈먼. 피티는 할아버지가 된 나이에 웜스프링스 정신병원을 떠나 보즈먼 요양소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보즈먼 학교에 다니며 그곳 보즈먼으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가 없고, 부모님은 늘 바쁘셔서 언제나 혼자 지내는 트레버를 만나게 되면서, 피시의 인생은 새로운 삶을 맛보게 되고 단 한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낚시, 마트 구경, 영화 관람, 친구에게 전화걸기, 소풍 등을 경험하며, 그 옛날에 헤어졌던 친구 켈빈과 오언 등도 만나게 된다.
[피티이야기]에서는 감사함과, 기쁨,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막연하게 살아가는 우리에 인생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며,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트레버 라는 인물을 닮아가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진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 피티의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 부모와 형제는 어떻게 지냈을까 싶다. 물론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살지는 않았으리라 믿지만, 왠지 단 한사람, 한 번도 피티를 찾지 않고 궁금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주 슬프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 참고로 양철북 제 5회 독서감상문대회에 참가했던 것인데, 미끄덩 해서 이제사 북다이어리에 추가해 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