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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1.12 [리뷰]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ㅡ곽재식
posted by 선례공주 2024. 1. 12. 05:00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1959년 4월 20일, 남대문 금은방에 2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와 금팔찌를 보여달라고 했다. 금은방 직원이 금팔찌를 건네자 그는 주머니에 그것을 넣고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 위협했다. 남자가 꺼낸 권총은 미제 45구경이었다. 강도는 “물건은 꼭 갚겠다. 그러나 따라오면 죽이겠다”고 적혀 있는 쪽지를 건네고 금은방을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도망을 가면서 총 한 발을 쏘며 시장 상인들과 행인들을 위협했다. 금은방은 큰길 하나를 건너 옛 한국은행 건물과 가까웠고, 그 바로 옆에 파출소가 있었다. 경찰이 뛰어나온다면 불과 몇십 초 안에 올 수 있는 거리였다. 그 후 강도는 사건 발생 177일 만에 체포되었는데, 도주 경로가 왜 그렇게 이상했는지, 범인은 왜 금을 녹여서 팔지 않고 가게 상표만 대충 지운 금팔찌를 통째로 팔려고 했는지, 왜 대담하게 파출소 근처에 있는 금은방을 표적으로 삼았는지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1959년 3월 4일, 서울 용두동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유 사장은 자동차 한 대가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자동차는 제 길을 달리지 못하고 언덕길을 내려오면서도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트는 게 아니었다. 그대로 자동차는 도로를 벗어나 결국 전봇대에 충돌했다. 유 사장이 운전자나 동승자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로 갔을 때, 자동차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운전하는 사람이 없는 자동차가 어떻게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이 자동차의 운전기사를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자동차 주인은 명동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옥 사장이었고, 이 자동차의 운전기사는 임씨였다. 그런데 임 기사는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신은 자동차 사고가 벌어진 그날 밤 발견되었다. 그는 오물이 섞인 진흙탕 구덩이에 박혀 있었다. 유령 자동차의 수수께끼는 이제 살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대한민국에는 신문과 언론에 보도는 되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꽤 많이 있다. 이 사건들은 대부분 짤막한 기사로 보도되거나,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강도 사건부터 밀수 사건까지, 소매치기부터 사기꾼까지, 도난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다양하다. 한국 최초의 방송국인 HLKZ는 어떻게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었을까? 1962년과 1963년에 걸쳐 경기도 양주군에서 발생한 어린이 납치 사건의 범인은 정말 괴물일까? 워싱턴 메일호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를 여러 의심을 받으면서 아주 중요한 거래를 하는 것마냥 운반했을까? 범인은 왜 자신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경찰서에 보냈을까? 곽재식의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에는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그 시대에는 상당히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은 이상한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잊혀 거의 언급되지 않는 15가지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이 사건들은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몇몇 사건을 제외하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이하면서도 괴상하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미스터리한 것도 많다. 저자는 이 사건들을 개인의 사생활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사회에 두고 있다. 과거의 사건 기록 속에는 그런 범죄가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배경이 녹아 있고, 동시에 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당시 사회의 반응도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950년대 HLKZ 방송국의 화재 사건에 대한 정황을 설명하다 보면 자연히 그 시대 한국의 언론과 방송 문화에 대해 현장 풍경을 살펴보게 되고, 1930년대 소매치기 사건을 이야기하다 보면 당시 한반도 사람들의 상업과 교통에 대한 감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과거 사건 기사들을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자료들과 함께 재구성했다. 이는 이 사건들이 더 정직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한국 사회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고, 그런 과거의 사건들이 한국 사회의 변화 과정에 대해서도 더 깊은 이해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곽재식
출판
인물과사상사
출판일
2023.08.25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이라는 이 제목과 아주 잘 맞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책이다 싶다. 총 15편의 이야기가 실제사건이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정말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작가는 이 사건들을 쓰면서 그 사건에 나타나 있는 개인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그 때의 사회에 초점을 두었다고 하면서 한국 사회의 과거와 역사를 볼 수 있는 자료가 되기를 희망하는 듯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과거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하고 이상한 사건에 대햐 기록으로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총 15편을 추렸다 하는데, 이 15편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이 외의 다른 이야기들도 사뭇 궁금해진다.

불타는 한국 최초의 방송국이라는 이야기로 우리나라에 텔레비젼이 어떻게 보급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소매치기 전성시대를 읽다 보면, 그 옛날에는 진심 소매치기가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어린이를 죽인 괴물에서는 그 옛날 호랑이들이 아이를 잡아 갔다는 이야기가 진실인 듯 싶고, 남대문 금은방 권총 강도와 영어 학원에서는 그 분의 공부 머리를 닮고 싶고, 경찰서에서 사기를 치다에서는 지금의 보이스피싱이 그 때부터 내려 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도둑맞은 금관을 찾아라에서는 과거 가야의 금관이 자꾸 떠오른다. 또 쓰러기를 실은 워싱턴 메일호에서는 그 때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을 짐작해 보게 되며, 보호받지 못 한 피해자에서는 피해자 가족과 분명 오판일 수 있는 가해자의 사형에 대한 가족들이 자꾸 떠오르며, 명동의 보물을 찾아라에서 진심 명동 거리 어디엔가 일본인들이 두고 간 보물이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싶으며, 을지로의 폴더가이스트에서는 진심 도깨비의 장난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며, 우라늄과 이중간첩에서는 그래 오래전 간첩이 많았던 때를 떠올리게 되고, 일지매와 해당화단에서는 그런 도둑만 있다면 서민들에게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고, 풍마동을 훔치다에서는 어쩜 금. 은 보다도 구리, 아연, 동으로 인해 지금의 스테인리스가 나온 계기가 된 듯 해서 뿌듯하고, 유령이 탄 자동차에서는 끝내 범인을 찾지 못 한 사실이 안타까우며, 충무로에 울려 퍼진 총소리에서는 역시나 돈과 이권이 개입하게 되니 살인청부업자가 나타나게 되는구나 싶기도 하다.

이렇듯,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 이야기들과 얽힌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옛날 우리들의 모습과 역사의 한 편을 마주하게 되어 재미나고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