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신호를 보고 난 이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다. 디안과 앙투안, 루실과 샤를 이들이 중심 등장인물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과 동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뭔가 서로 바꿘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디안은 한번 결혼해서 미망인인 돈많은 사십대 부인이고, 앙투안은 삼심대 총각으로 평범하게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디안과 앙투안은 연인관계로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그리고 루실은 삼심대 처녀로 직업도 없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그져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 것이 다인 아가씨로 자기보다 스물살이 많은 부유하고 세련된 신사 샤를과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연인관계이다. 이렇듯 그들의 나이대와 직업, 사회적 지위 등을 볼 때 서로 맞지 않는 짝과 연인이라는 것이다. 그런 어느 날 클레르라는 사람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네 사람이 가게 되고 그곳에서 앙투안과 루실은 서서히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게 된다. 자신들의 애인들이 모르게 한 마디로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 두 어른인 디안과 샤를은 그들의 젊은 연인들이 서로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진정 질투로 폭발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루실과 앙투안을 인정해 준다. 또한 둘이 사랑을 하고 있으며, 자신들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도 허락해 주고 인정해 준다. 이런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아니면 디안도 샤를도 결혼도 해 보았고 사랑도 해 보았으며 그들도 겪었던 젊음을 인정해 주는 것일까? 왠지 모르게 세상사를 살아가는 것에 있어 통달한 모습들이 진정 어른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샤를 같은 경우는 루실이 언제라도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라고 이야기한다.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말이다.
우리가 하는 사랑이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주 평범하지 못한 이들의 사랑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또한 프랑수아즈 샤강을 다시한번 알아가는 계기라고나 할까? 어쩜 사람들의 마음을 이리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참으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미모못지 않게 그녀의 발랄한 모습들이 루실의 모습에서 보이는 듯 해서 더 재미난 소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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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23 [리뷰] 패배의 신호ㅡ프랑수아즈 사강
2022. 2. 23.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