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선례공주 2024. 3. 11. 11:04
너무 시끄러운 고독
현대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저자 본인이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선언할 만큼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며 필생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강렬한 소설로, 많은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삼십오 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한탸라는 한 늙은 남자의 생애를 통해 책이 그저 종이쪼가리로 취급받게 된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정신 상태를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인간, 그리고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 이후 인간 삶의 방식의 변화, 인간성과 실존에 대한 고뇌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의 화자인 한탸는 어두침침하고 더러운 지하실에서 맨손으로 압축기를 다루며 끊임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폐지를 압축한다. 천장에는 뚜껑문이 있고 그곳에서는 매일 인류가 쌓은 지식과 교양이 가득 담긴 책들이 쏟아져내린다. 니체와 괴테, 실러와 횔덜린 등의 빛나는 문학작품들은 물론, 미로슬라프 루테나 카렐 엥겔뮐러가 쓴 극평들이 들어 있는 잡지들까지. 한탸의 임무는 그것들을 신속히 파쇄해서 압축하는 일이지만 그는 파괴될 운명인 폐지 더미의 매력에 이끌린다. 그는 쏟아지는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다. 한탸는 마치 알코올처럼 폐지 속에 담긴 지식들을 빨아들인다. 귀한 책들은 따로 모으다보니 그의 아파트는 수톤의 책으로 가득차 있다. 여차하면 무너질 듯이 아슬아슬하게 쌓인 책들은 그의 고독한 삶에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마치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노동을 지속해나간다. 그 일을 견디려면 매일 수리터의 맥주를 마셔야 할 정도로 고되지만, 그는 삼십오 년간 그 일을 해왔으며, 퇴직하게 된다 해도 압축기를 구입해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 일을 하기를 꿈꾼다.
저자
보후밀 흐라발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6.07.08

고전이라 일컫는 책을 읽을 때 나에게는 약간의 편견이 있는 듯 하다. 책의 두께가 얇으면 얇을수록 심오하고 어렵다는 느낌. 이 책 "너무 시끄러운 고독"도 마찬가지이다.

글의 내용이 아주 어렵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문채 뒤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그가 속한 나라 체코의 시대상이나 이념 등을 온전히 알지 못 하니 아주 쉬운 언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좀처럼 이해하기에는 내가 아주 미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스스로 "나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필생의 역작이라 하고, 소설가들들이 추천한 소설이라는 타이틀도 있는데, 그런 의미들을 알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도 미흡하다.그리고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괴테의 말을 인용해 놓았는데, "턔양만이 흑점을 가질 권리가 있다. " 라고.
과연 작가는 어떤 의미로 이 글귀를 적어 놓았는지 깊이 있게 끝까지 의미를 찾아야 할 일인 듯 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어렴풋이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35년동안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 온 주인공 한탸. 그가 처한 상황과 위치는 너무도 보잘 것 없고, 지저분하고 아주 밑바닥 인생 같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일에서 꿈을 갖고 희망을 보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 일이 주는 원동력이 무엇이며, 거기에서 더 발전해 나가 인간이란 즉 나 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꺼리를 주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하고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신중하게 뒤돌아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리고 주인공 한탸의 모습에서 끝까지 자신의 나라인 체코를 사랑하고 자기 일에 신념을 가지고 잏었던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모습도 보이는 듯 하여, 나에게 있어 그는 너무도 멋진 작가가 아닌가 싶다.